전체 글 19

설거지론과 도축론을 일본인에게 들려주었다.

🧩 설거지론과 도축론: 불균형한 제도의 반작용최근 한국 사회에서 회자되는 '설거지론'과 '도축론'은 한국 결혼문화의 구조적 불균형을 보다 날카롭게 드러내는 개념이다.'설거지론'은 젊은 시절 자유로운 연애나 성적 문란함을 즐긴 여성이, 일정 나이가 지난 후에는 연애 경험이 부족하거나 순진한 남성과 결혼하여 경제적으로만 의존하거나 착취하는 상황을 비판한다. 여기서 '설거지'라는 표현은 다른 사람이 사용한 식기를 대신 치우는 행위에 비유해, 과거 남성들과의 관계를 즐긴 여성이 이제 와서 순진한 남성의 자원과 헌신을 받는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데 쓰인다. 이 개념은 주로 남성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졌으며, 일부 사례는 SNS에서 공론화되기도 했다.'도축론'은 한국의 이혼 제도가 여성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

일본 집값에 대한 착각

일본 집값을 한국 집값과 비교할 때 흔히 언급되는 것이 일본의 타워 맨션 가격이다. 특히 도쿄, 오사카 중심지에 위치한 고급 타워 맨션의 매매가를 보면, 한국의 강남 아파트보다도 싸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보니 "일본은 집값이 싸다"라는 인식이 퍼지기도 한다. 한 편으로 도쿄 중심지 타워 맨션 가격이 최근 급등한 것을 근거로, "일본도 집값이 폭등 중이다" 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일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전체 구조를 잘 모른 채 일부만 보고 착각하는 것이다. 일본 타워 맨션은 시장 대표성이 없다. 단독 주택 거래가를 보는 것이 정확하다.일본 집값이 한국보다 싼 건 맞다. 예를 들어, 도쿄도 미나토구나 주오구, 신주쿠구처럼 입지가 뛰어난 지역에 위치한 30~40층짜리 신축 타워 맨션..

한국이 오해하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한국에서 흔히 경제 실패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인구 감소, 경제 저성장, 부동산 붕괴 같은 단어들이 연상된다. 하지만 실제 일본의 상황은 우리가 흔히 아는 이미지와 다르다. 오히려 지금 한국이 처한 구조적 리스크가 더 크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의 사례를 다시 바라보고 한국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를 고민할 시점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오해와 진실버블 붕괴 이후 산업 구조의 재편일본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과 주식 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며 경기 침체를 겪었다.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년', '30년'이라 부르지만, 이후 일본은 생산성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 3..

일본 이민을 고민 중인 사람에게

한국에서 알고 지내던 후배가 일본에 살아보니 어떻냐고 물었다. 일본 살다보면 이런 질문을 왕왕 받는데, 여기에 생각나는대로 간단하게 적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1. 당연하지만 성격이 무던한 편이 적응하기 쉽다.외국에서 산다는 것은 문화도, 사람도, 날씨도, 음식도 모두 다른 곳에 산다는 뜻이다. 일본은 사람 생김새만 한국 사람들과 비슷해보일 뿐이지, 솔직히 알면 알 수록 한국이랑 같은 구석을 찾기 힘들다. 그러므로 내 생각과 다른 상황이나 다른 반응에도 스트레스 받지 않고 무던하게 넘어갈 수 있는 성격이 일본 생활에 유리하다. 다름은 틀림이 아님을 잊지 말자. 2. 마음을 느긋하게 먹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일본은 나라 전체의 템포가 한국보다 확실히 느리다. 그러므로 마음을 느긋하게 먹는 편이, ..

초식남과 마케이누는 정말 페미니즘 때문일까

일본 남자들이 죄다 초식남이 되어버린 건 일본에서 과거 페미니즘이 득세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을 커뮤니티에서 봤었다. '진짜로?' 싶어서 일본 웹사이트를 좀 뒤져봤는데, 사실 그런 주장은 근거가 희박한 듯 하다. 일본에서 초식남이 많아진 이유는 주로 경제적 불확실성, 사회적 압박감 증가, 개인주의 성향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말이 거의 대부분이지 페미니즘 같은 단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얘기와 같이 등장하는 단골메뉴로 마케이누(負け犬)라는 말이 있다. 심지어 마케이누 세대라는 말도 있던데 마케이누를 그런 식으로 쓰는 건 한국 커뮤니티에서 처음 봤다. 대충 내용을 보면 페미니즘에 물든 여성들이 남자들을 못살게 굴다가 결국 결혼 시기를 놓쳐 마케이누(負け犬)로 늙었다는 내용인데, 정작 일본에..

일본에는 남탕에 들어가는 여자가 있다

일본 와서 처음으로 동네 목욕탕에 갔을 때였다. 오랫만에 때를 밀려고 예약을 하고 들어갔는데, 세신사가 나이 서른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었다. 남탕에 여자라니? 화들짝 놀라서 허겁지겁 손에 든 수건으로 앞을 가렸다. 그런데 놀란 건 나뿐이었다. 다른 일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알몸으로 덜렁덜렁 들어와서 베드 위에 눕더라. 내가 당황해서 허둥지둥하는 꼴을 본 세신사가 씩 웃더니 외국인이냐고 물었다. 한국에서는 남탕에서 때 밀어주는 사람은 남자였어서 깜짝 놀랐다고 했더니, 일본은 보통 남탕이든 여탕이든 여자가 때를 민다고 했었다. 지금이야 좀 익숙해져서 그렇게 놀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흠칫하곤 한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비슷한 경험을 자주 했다. 한국 같으면 짐을 나를 때 "여직원이니까 좀 가벼..

한국을 연구하는 일본, 일본을 욕하는 한국

일본에 살면서 한국 사람처럼 일본을 걱정해주는 사람들은 보기 힘들다는 것을 가끔 느낀다.막말로 "일본 망한다" 같은 키워드가 해방 이후로 쭉 어그로 상위권을 지키는 것을 보면,우리나라 사람들은 확실히 일본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보인다. 다만, 막상 일본 와서 살다보면 '그 관심에 비해 한국 사람들은 일본을 과연 잘 알고 있는가?' 하는 것도 크게 느낀다.솔직히 일본 와서 살면서 일본 사람들, 일본 사회, 일본 회사를 관찰한 것들을 돌이켜보면,한국에서 들었던 말들 중에 맞는 말이 손에 꼽을 정도의 수준이다. 일본 가기 전에도, 그리고 일본 간 뒤에도 한국 사람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얘기로는,"일본은 아직도 팩스에 도장 쓴다.""일본 기업의 생산성이 매우 낮다.""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일본 망했다""일본은..

일본 취업에 대한 생각

재작년 5월부터 8월까지는 거의 매주 2번씩은 비행기를 탔던 듯 하다. 면접 보러다니느라 계속 한국-일본을 오락가락하다보니,나중에는 공항 세관 직원도 얼굴을 알아봤었지. 일본으로 이직하는 케이스가 얼마나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무식하게 했던 것 같다. (심지어 그 때는 일본어도 잘 못 했다. 지금도 잘 못 하지만.) 얼마 전 지인에게서 동생이 해외 취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짧게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대화하다보니 이것 저것 생각나는 부분이 있어 적어본다. 1. JLPT N1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일본 취업에 대해 궁금한 게 있냐는 내 질문에 대한 그 친구의 첫 마디는 "일어는 JLPT N1 정도면 되나요?" 였다. 미안하지만, 내 생각에 일본 취업이랑 JLPT는 별로 관련성..